우리나라에 있는 반려견은 모두 얼마나 될까요? 사람처럼 출생 신고를 꼼꼼히 하지도 않고,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는 것도 아니니 어디까지나 추정의 영역입니다만, 500만 마리 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 결과입니다. 반려견을 전수조사할 수는 없고, 국민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추산해본 수치입니다. 짐작은 했지만, 숫자로 접하니 반려견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게 새삼 느껴집니다.
그런데 최근에 반려견이 뜻밖에 생태계를 교란하고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개들이 야생 동물을 쫓거나 위협해 그들의 삶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개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포유류나 새들은 겁을 먹기도 합니다. 또 개들의 배설물과 냄새도 야생 동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워낙 많이 늘어나다보니 반려견용 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호주 커틴대 빌 베이트먼 교수팀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입니다. 한국에서 진행된 연구는 아닙니다만, 우리 일은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길고양이와 관련해서도 우리의 통념에 반하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합니다. 무심코 길고양이에게 건네는 밥 한 그릇이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길고양이 개체의 증가는 당연히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길고양이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 동물권 관점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결국 평생 굶주림과 전염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길고양이는 폐쇄된 공간이나 사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사람 집으로 입양되더라도 편히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길고양이 개체를 조절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중성화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먹이를 공급하기 시작하면 중성화 수술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겁니다. 중성화 수술이 필요하다는 근거 가운데 하나는 고양이의 습성에서 기인합니다. 길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고 돌아가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 다른 고양이가 그 영역으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고양이 개체수는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여러 고양이들이 서식지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주는 먹이를 찾아 옆 동네 고양이가 몰려올 수 있다는 겁니다. (옆 동네는 또 다른 길고양이들로 채워지겠죠.) 동물권을 연구하는 최태규 활동가 겸 수의사의 책 <<도시의 동물들>>에 나오는 주장인데 사람들로 하여금 혼란스러우면서도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개는 기르지 말아야 하고, 길고양이에게는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선적인 결론은 피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려면 상대방의 생활 습관을 잘 헤아려야 합니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과 동물이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도시에서는 더욱 예민하고 섬세해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시의 우세종이 된 인간과 개, 고양이가 다른 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복잡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휴일을 맞아 집 밖에서 반려견이나 길고양이를 본다면 잠깐 불편한 진실을 떠올려 보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