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동네 수영장에 갔더니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고무공으로 조카들과 어설프게 수구(水球) 경기를 했습니다. 이제 초등학생 조카도 저보다 더 멀리, 정확하게 공을 던집니다.
물체를 빠르게, 정확하게,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라고 합니다. 침팬지를 아무리 훈련시켜도 시속 30km 이상 속도로 공을 던지기는 어렵습니다. 일곱 살 어린이 투수가 던지는 속도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정확도나 제구력 등에서는 인간과 침팬지를 비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고요. 이런 어깨의 능력은 200만 년 전, 우리의 조상 원시 인류가 어쩌다보니 갖게됐다고 합니다.
인간이 물체를 빠르게, 정확히 던질 수 있게 되면서 체구가 작은 사람도 덩치 큰 상대와도 한 번 겨뤄볼만한 상황이 됐습니다. 몸집이 작아도 창이나 돌을 던져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싸움의 법칙이 달라졌습니다. 몸집 못지 않게 두뇌와 기술이 중요해졌죠. 몸집이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무시하기가 어려워졌고, 체급만으로 서열을 정하기는 불가능해졌습니다. 과거의 지배와 복종 관계엔 균열이 발생합니다. 신체 크기가 인류에게 위계를 강요하는 상수가 아니라 이제 그저 하나의 변수에 불과해진거죠.
인간 관계가 보다 평등해지면서 인류는 협력이라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내가 방심한 사이 나의 적이 멀리서 뭔가를 쏘거나 던질 수 있으니 처음부터 적을 만들지 않는게 현명합니다. 브라이언 클라스가 쓴 <권력의 심리학>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보니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가 어쩌면 이런 초기 인류 사회의 변화를 담은 알레고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협력이라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단순히 '던지기'라는 요소로 단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인간의 신체는 결국 협력이 숙명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