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행'.
멋진 말입니다. 나를 찾을 수 있는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요? 저는 '발리'가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릅니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가장 마지막 여행지가 바로 발리였기 때문입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 인도 아쉬람, 인도네시아 발리를 찾아다니며 행복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그런 줄거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쉬람이라는 지명은 기억나지 않아 검색의 힘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우치다 타츠루는 <하류지향>이라는 책에서 바로 그 발리를 저격합니다.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은 발리섬 등에서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자아를 탐색할 수 있다고 믿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만약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로 알고 싶다면 부모나 친구를 비롯해서 자기를 잘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긴 인터뷰를 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조언합니다. 낯선 이국 땅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대와 대화를 하며 자아를 찾는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명토박습니다. "나는 정말 어떤 인간인가"라는 질문은 사람을 성장시키지 못한다고.
분절된 내용만 인용하다보니 책의 맥락을 왜곡하는 것 같아 덧붙입니다. 이 책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소비자로만 인식하는 젊은이들이 배움마저 흥정하려드는 세태를 질타하는 내용입니다. 맥락 왜곡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여름 휴가 못 가신 분들에게 조금 위로가 될 것 같아 책 내용을 조금 빌려봤습니다. 우치다 타츠루의 '여행무용론'에 약간 공감이 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