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vin's Letter
"전신 사업의 주된 목적은 말만 빨리 전하는 것일 뿐, 진지한 말하기를 권장하지 않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 나오는 말입니다. 소로는 대서양에 깔리는 전신선으로 가장 먼저 미국에 들려오는 뉴스가 "아들레이드 공주가 심한 기침 감기에 걸렸다는 사소한 소식"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들레이드 공주는 프랑스 마지막 왕 루이 필리프의 동생입니다.
소로가 지적한 것처럼 대부분의 뉴스는 독자나 시청자의 관점에서 사소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바뀌어도 독자나 시청자의 일상엔 '큰' 변화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천동지할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 또한 문제입니다.) 뉴스가 딱히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한국 사회가 다이내믹하다고 해도 뉴스가 15초 길이 쇼츠만큼 도파민 분비를 이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제가 잠깐 생각해봐도 뉴스의 효용을 설득력있게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뉴스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겠지만, 요즘처럼 뉴스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에 뉴스 이용자들이 힘을 실어줄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뉴스가 우리 사회의 숙고나 숙의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인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제 경험으로 헤아려보면, 그래도 뉴스를 봐야 하는 이유는 '점심 시간' 때문입니다. 날씨 이야기 주고 받은 뒤 무슨 이야기든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정말 친한 사이 아니면 신상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규칙이 있으니 가족, 고향, 출신학교는 질문 금지입니다. 정치, 종교 이야기는 가족 사이에도 하지 않는게 불문율이고요. 이럴 때 '아들레이드 공주의 기침 감기'처럼 반가운(?) 소재가 더 있겠습니까.
저는 점심 시간에 하나의 소재에서 확산하는 이야기가 논의나 토론의 밑절미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왕의 동생마저 기침 감기에 걸린다면, 우리는 질병 앞에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서로 아무 이야기든 덧붙여 보시죠.
[딱쓰리]는 2주간 쉽니다. 오래 전에 계획한 여행 일정이 있어 보내드리기 어렵습니다. 여행 일정이 유동적이어서 휴식이 약간 더 길어질 수 있긴 합니다. 혹시 [딱쓰리]가 그리우신 분들은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 한 마디만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