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용 아이스브레이킹에 특화된 뉴스레터 [딱쓰리] 입니다. 딱 세 가지 뉴스와 스토리만 보내드립니다. 점심시간 전에 이것만 읽고 가면 적막이 흐를 때마다 바로 침묵을 깨뜨릴 수 있는, 점심 식탁의 쇄빙선입니다. 굵직한 시사 이슈, 이런 것 전혀 없습니다. 오직 스몰톡을 겨냥한 이야깃거리만 전합니다.
[딱쓰리]는 아침 8시에 배달되지만, 오늘 보내는 뉴스레터는 추석 특집호라 오후에 배달됩니다. 저녁 식탁의 쇄빙선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위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달 사진입니다. 꽉 찬 보름달은 아니지만, 옥토끼는 보이네요.
한때 세상을 뒤엎을 기세로 기성세대의 권위에 도전하던 우상 파괴자 X세대의 맏이들이 이제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됐습니다. 그 X세대를 가리켜 꼰대라고 부를 정도로 할 말 다한다는 Z세대, 20대 가운데 며느리가 된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고요. X세대든 Z세대든 '쿨한 탈권위주의자'들인데 이들이 모여도 시집살이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관용어 중에 '방 안의 코끼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방 안에 코끼리라는 큰 문제가 있는데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모두가 방관한다는 뜻입니다. '시집'에 있는 코끼리를 제대로 지목한 칼럼이 있습니다. 제마 하틀리라는 미국의 칼럼니스트가 2017년 잡지 <<하퍼스 바자>>에 게재해 격렬한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나중에 칼럼들이 별도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습니다. <<Fed Up: Emotional Labor, Women, and the Way Forward>>라는 제목입니다.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입니다. 'Fed Up'이 '지긋지긋하다'는 뜻이니 제목을 잘 번역한 것 같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집안 일의 순서와 위계, 질서를 결정하는 쪽은 대개 아내고, 이런 결정 과정이 결국 여성들이 수행하는 정신 노동이 된다는 겁니다. 살림살이를 어디에 배치해야 최적의 효율성이 창출되고, 오늘과 내일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판단하는 일을 여성들이 묵시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거죠. 게다가 여성들의 몫으로 할당되는 또 다른 감정노동, 비가시적 노동도 있습니다. 가족의 생일 날짜 기억 같은 가족 내 유대 관계 강화 업무입니다.
아내에게 살림살이 위치를 두 번 이상 물어보셨나요? '시엄마' '시아빠'의 생일을 까맣게 잊고 있다 아내가 먼저 이야기한 적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여성들은 '시집'에 가도 정신 노동과 감정 노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일이 없으면 찾아서라도 해야할 수도 있으니까요. '처가'에 간 남자들이 졸리면 눈을 붙일 수 있는 것과 조금 다른 상황이죠. 물론 명절 때 운전대를 잡았다, 평소에 집안 일은 더 많이 한다고 항변하는 남편도 있겠지만, 이런 목소리들의 무게를 저울로 재며 시시비비를 따지는건 무용해보입니다.
각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고, 사정이 있을테니 방 안에서 코끼리를 꺼낼 방법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꺼낼 방법이 있다면 노벨상감이죠. 실제로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의 연구 주제였습니다. 남성들은 가정을 외면하고, 여성은 가정을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며 살아가는 현실이 남녀 생애 소득 격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다만, 클라우디아 골딘도 뾰족수를 제시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남은 연휴 기간에 여러분이 평소 생각한 해법을 한 번 떠올려보시죠.
1. 내일 진짜 '쟁반같이 둥근 달'이 뜹니다
가족들에게 '아는 척' 할 기회입니다. 오늘보다 내일 밤 더 둥근 달이 뜹니다. 가장 둥근 달은 해와 지구, 달이 일직선이 되는 날 떠오릅니다. 올해는 추석 다음 날인 9월 18일입니다. 음력으로 '보름'이라고 해서 그 날 가장 둥근 달이 뜨지 않습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가족들이 자기주도학습으로 직접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자세한 원리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추석 연휴가 5일이라 반가운 분도 있지만, 아쉬운 분도 있을 겁니다. 내년 추석은 '사실상' 10일 연휴입니다. 10월3일 개천절 휴일과 10월9일 한글날 사이에 추석이 껴있습니다. 여기에 10월8일은 대체휴일이고요. 정리하자면 3일 개천절-4일 토요일-5일 일요일-6일 추석-7일 추석 연휴-8일 대체휴일-9일 한글날입니다. 여기까지가 목요일 상황입니다. 10일 금요일은 평일이지만 이날 하루 휴가 내자고요. 그럼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 주욱 쉴 수 있습니다!
3. 송편 5개는 밥 한 공기
명절 때가 되면 늘 등장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명절 음식 칼로리'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도 아마 독자가 이 기사를 읽고 먹던 송편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겁니다. 그냥 가족들끼리 모이는 명절 밥상머리에서 서로 살빼라고 지청구하면서 한 번 꺼내볼만한 이야기죠.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클릭해보시죠. 그나저나 약과 칼로리가 엄청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