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엘리트라고 해서 '상식 수준 이상'의 논의를 치열하게 활용하는 지적 생활을 하지 않는다...자칭 엘리트도 자신과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엘리트의 말보다 자기가 즐겨보는 유튜브 방송의 말을 믿는 나라에서 무슨 수로 엘리트주의 정치가 가능할까?"
이 문장에 동의하시나요? 제가 최근에 읽은 <<상식의 독재>>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원래 문장의 의미와 맥락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문장을 살짝 윤문했음을 밝힙니다.) 이 책은 예전에 인터넷 논객으로 제법 유명했던 한윤형이 썼습니다. 한국 엘리트들은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과 구별되는 취향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엘리트들이 특별한 지적 활동을 영위하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결국 거친 인상비평에 그칠 수밖에 없는 주장이긴 합니다만 논박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평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갑자기 돈벼락을 맞아도 부자들과 교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미국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사회 상층부의 내밀한 사정을 이방인이 알기는 어렵지만, 조금 다른 분위기가 존재하는 듯 합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은 <<야망계급>>이라는 책에서 경제, 사회 계층의 상층부에 존재하는 이들은 이제 단순히 소득 수준이 아니라 문화적 관습과 사회규범으로 묶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들의 지위는 물질적 재화가 아니라 '지식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문화적 기표들'로 드러난다는 것이죠.
<<야망계급>>에서 자주 거론되는 잡지가 <<뉴요커>>입니다.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뉴요커>>는 사회경제적, 문화적 위치를 암시하는데 그런 위치는 다른 여러가지 요소들을 상징한다. 이런 출간물을 읽는 건 식자층의 삶, 그리고 문화와 지식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의미한다" <<뉴요커>>를 손에 쥐기만해도 교육 수준과 독서력, 취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는 거죠.
한국에 <<뉴요커>>와 비슷한 평가를 받는 매체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퍼뜩 떠오르지 않습니다. 물론 문화 자본으로 계층이 구별되는 사회를 굳이 좇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야망계급>> 역시 비가시적, 문화적 소비를 통해 계급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사회 상층부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엘리트는 생활상이 다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위의 차원으로 따질 일은 아닙니디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