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뉴스레터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나라가 뒤집히는 것을 지켜보느라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고, 밤샘 근무를 하게 돼 몸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두달 전부터 낮 12시에 잠들고 저녁 8시가 조금 넘으면 잠이 깨 출근합니다. 아침 7시에 일이 끝나 회사 건물 지하에 있는 사우나에 들렀다 집에 오면 오전 9시가 됩니다. 멍하니 유튜브를 보다 잠이 듭니다. 잠이 들어도 금방 깨는 토끼잠을 자다보니 정작 깨어있을 때는 각성과 집중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책을 읽으려하면 졸리고, 글자를 쓰려하면 혼몽해집니다.
정작 밤에는 휴일일지라도 불면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럴 때는 주로 라디오를 듣습니다. 새벽에 라디오 들어본 건 20년 만인데, 새삼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자정을 넘긴 새벽 시간 라디오에서는 40대가 즐겨 들을법한 1990년대 가요가 많이 나옵니다. 처음엔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들 중에 내 또래가 많은건가', 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허기를 달래러 '24시간 식당'을 찾아 새벽길을 배회하다보면 또래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새벽 배송을 하거나 쓰레기를 수거하는 중년의 남자들을 마주칩니다.
차 안에서 같은 음악을 들었을지도 모르는 야간 노동자들을 보면 "도시와 마을에서는 최악의 작업을 밤에만 했다"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로저 에커치가 쓴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에 나오는 말입니다. 책에는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지만, 필수적인 도시의 노동은 정작 밤에 이뤄졌던 역사가 소개됩니다.
예를 들자면, 근대 유럽에서는 밤에 시체를 수습했습니다. 영국에서는 무덤을 파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vespillon'이라는 호칭이 존재했습니다. vesper는 저녁별이라는 뜻입니다. 16세기 독일 뉘른베르크에서는 청소부들이 밤에 화장실을 청소했습니다. 이들은 'Nachtmeister'로 불렸습니다. '밤의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는 밤에 분뇨를 길에 버리도록 허용했고, 청소부들이 동이 트기 전에 깨끗이 치워야 했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nightman'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봐도 유럽의 그 전통을 알 수 있습니다. nightman은 '분뇨수거인'이라는 뜻입니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노동은 그 노동 조건마저 별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듯 합니다. nightman 가운데는 일을 하다 질식해서 숨지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저는 키보드 또닥거리며 불과 두 달 정도 보낸 상황입니다. 육체 노동의 인이 박인 nightman들의 처지를 헤아리며 몇 마디 말을 보태는 것은 섣부른 것 같습니다. 다만, 그들의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계속 떠올리려 합니다.
1. 소개팅보다 먼, 미팅보다 가까운...
주위에 MZ세대가 있어도 오늘 기사를 읽고 아는 티를 내지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요즘 MZ세대들은 로테이션 소개팅이란걸 한답니다. 주선 전문 업체가 있고, 그 업체를 통해서 '다(多) 대 다(多)' 방식으로 남녀가 한 장소에서 만나는 겁니다. 참가 인원이나 시간은 업체가 정하기 나름이겠지만, 5분에서 10분 동안 10명 정도 만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시간 활용이란 점에서 보면 소개팅보다 확실히 효율적이네요. 예전에도 미팅이라는 게 존재하긴 했습니다만, 미팅을 하면 그냥 재미있게 놀고 끝내자라고 생각하던 불나방들이 모여들게 마련이죠. 로테이션 소개팅에는 확실히 절박한 사람들이 올 것 같기도 합니다. 더 이상의 논평은 독자들의 몫이니 이쯤에서 생략하겠습니다.
극장은 안 가도 흥행 영화는 알아둬야죠. 안 친한 사람들과 밥 먹을 때 '그 영화 보셨냐?'는 질문만큼 유용한게 없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권상우 주연의 '히트맨2'와 송혜교 주연의 '검은 수녀들'이 개봉했죠. 티켓 파워가 있는 두 배우가 출연한데다 인기 영화의 후속작이고 장르는 확연하게 달라서 흥행 대결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결과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기사 대충 보시고, 아는 척 하시면 됩니다.
설날, 특히 신정이 아닌 구정 전후면 직장인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기사가 나옵니다. 성과급 기사인데요, 일단 2024~25 시즌 top은 SK하이닉스인가 봅니다. 역대 최대 수준인 기본급의 1천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합니다. '연봉이 1억원이라면 7천5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게 되는 셈'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고 합니다. 노조는 경영진에게 성과급 책정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서신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경쟁사 위기는 노조 무시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쟁사는 어디인지 아시죠?